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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민 축소, 강경 단속은 '쪽박'의 길이다

미등록 이주민 축소,

강경 단속은 '쪽박'의 길이다

광주출입국사무소의 미등록 이주민 집단 단속 ‘대박’에 부쳐

예외가 아닌 구조로서 자리 잡은 한국의 미등록 이주민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민(일명 '불법 체류 외국인' 혹은 '불법 체류자') 문제는 예외가 아닌 구조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전체 이주민 중 미등록 이주민의 비율은 약 16%로, 이는 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현재 한국의 농업, 어업, 그리고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제조업 현장에서 미등록 이주민은 필수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노동력 축소로 인해 한국은 이주 노동자의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E-9 비자(비전문취업 비자, 현행 고용허가제에 따라 발급되는 비자)의 엄격한 사업장 이동 제한과 체류기한의 한계가 미등록 이주민의 구조적인 발생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민 중 미등록 이주민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E-9 비자로 입국한 이주민에서 가장 크다. 이는 한국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E-9 비자의 제한적인 조건 때문에 합법적인 체류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현실과 조우하지 못하는 단속 중심 미등록 이주민 관리 방향

한국의 단속 중심 미등록 이주민 ‘관리’ 방식은 이러한 현실과 조우하지 못한다. 출입국 사무소의 ‘단속’과 ‘강제 출국’으로 대표되는 미등록 이주민 관리는 출입국 관리법의 비대한 권한과 출입국 관리소의 무리한 행정으로 인해 국내는 물론 UN 인권위원회와 ILO 등의 국제기구로부터 ‘인권 침해’ 비판을 받아 온 지 오래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최근 들어 더욱 강경해졌다.
2023년 법무부는 「불법 체류 외국인 감축 5개년 계획」에 따라 2027년까지 미등록 외국인 수를 절반(41만 명대에서 20만 명대로)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정부 합동 단속을 3차례 실시했다. 2024년 1차 정부 합동 단속은 지난 4월 15일에 시작해 6월 30일까지 77일간 이어진다. 법무부가 나서 ‘강경 단속’을 표방함에 따라 단속 현장의 이주민 인권 침해와 출입국 관리소의 임의적인 행정 집행 문제가 더욱 불거졌다. 급기야 지난 5월 10일 대구에서는 민간단체가 출입국 사무소 직원을 사칭하여 이주민을 대상으로 무작위 검문과 체포를 벌이는 사건이 발생하여 처벌을 받기도 했다.
농업, 어업, 제조업 현장에서는 정부의 단속이 산업 현장의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농번기인 4월 중순부터 시작된 2024년 1차 정부 합동 단속에 대해, 한국농정신문은 4월 21일 <농민과 오래 손발 맞춰온 미등록 체류 노동자, 추방만이 답?> 기사에서 “단속을 안 할 순 없겠지만, 가장 바쁜 때 단속하면 농가들은 다 죽으란 말밖에 안 된다. … 법의 잣대가 농업 현장과 맞지 않다.”는 농민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이는 현재 한국의 농업 현장에서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필수적임을 반영하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도 현행 고용허가제에 따라 E-9 비자로 입국한 노동자들에 대한 체류 자격을 늘릴 수 있는 합리적 절차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E-9 비자는 체류 허용 기간이 4년 10개월로 제한되어 있지만, 숙련 인력을 활용하고 싶은 사용자들은 체류 기간이 지나도 이를 묵인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현실은 현행 제도가 노동 시장의 실제 상황과 부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단속 중심 미등록 이주민 관리의 제한적인 효과와 늘어나는 인권 침해

2023년 법무부가 대대적으로 벌인 강경 단속은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2023년 3차례의 정부 합동 단속으로 미등록 이주민 단속 인원은 38,000명에 달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전체 미등록 이주민 대비 약 9%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2022년 대비 2023년 미등록 이주민 수는 오히려 12,405명 늘어나 2022년 전체 미등록 이주민 대비 약 3% 증가했다.
물론, 2021년 19.9%로 정점을 찍은 미등록 이주민 비중은 2022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하여 2022년에는 18.3%(전년 대비 –1.6%), 2023년에는 16.9%(전년 대비 –1.4%)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법무부 차원의 체계적인 강경 단속이 없었던 2022년에 전년 대비 미등록 이주민 감소폭이 더 컸다는 점, 그리고 미등록 이주민의 절대 수가 감소하지 않고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무부의 강경 단속이 충분히 효과적이었는지 섣불리 긍정할 수 없다.
▼ 전년대비 미등록 이주민 비중 감소 현황(2022-2023, 원자료: 법무부)
제한적인 효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강경 단속 중심의 접근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첫째,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강경 단속 과정에서 광범위한 인권 침해와 법 위반 사례가 발생했다. 둘째, 미등록 이주민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인 E-9 비자 제도의 혁신이 불충분했다. 셋째,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단속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모든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강경단속 방식은 미등록 이주민 문제를 해결하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미등록 이주민, 현실과 원인에 맞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공존 방향 모색해야

한국은 단기적이고 근시적인 강경 단속 중심의 미등록 이주민 관리 방식을 수정하고, 현실과 원인에 맞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23년 법무부는 고용허가제 보완 및 유형별 고숙련 비자 트랙을 신설하여 외국 숙련 인력을 유연하게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4년 E-7-4 비자(숙련기능인력 비자, 장기체류 가능) 쿼터가 늘어나면서, 미등록 이주민을 양산하는 고용허가제의 문제를 일부 해소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E-9 비자를 가진 이주민들이 E-7-4 비자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소위 ‘3D’ 업종에 종사하며 장시간 노동을 하는 E-9 비자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 특성과 E-7-4 비자 취득을 위해 필수로 통과해야 하는 한국어 능력시험 준비를 위한 교육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E-9 비자에서 E-7-4 비자로 전환할 수 있는 노동자의 수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규 숙련 이주민 인력 도입 외에 기존의 E-9 비자 자체의 문제, 즉 고용허가제의 엄격한 사업장 이동 제한과 체류 기간 제한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여 많은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나가며: 광주광역시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통과와 광주출입국사무소의 미등록 이주민 집단단속 ‘대박’에 부쳐

광주는 ‘인권도시’의 가치를 표방하는 만큼, 지역 내 이주민에 대한 행정도 이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2023년 5월 14일, 광주시의회에서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이 통과되었다. 해당 조례를 대표 발의한 정다은 의원은 "광주에 사는 모든 사람이 인종, 성별, 국적 때문에 차별받지 않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이주노동자는 물론 미등록 외국인들도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틀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 조례는 5월 11일 광주출입국사무소가 외국인 주점(이른바 ‘외국인 클럽’)을 불시에 집단 단속하여 61명의 미등록 이주민을 강제 퇴거 조치한지 3일 만에 제정되었다. 당시 광주출입국사무소는 마약 투약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지만, 이들에 대한 마약 검사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이러한 불시 집단 단속은 지난 3월 7일 전남 영암의 외국인 클럽에서도 이루어져 70명이 단속되었다. 이때도 광주출입국사무소는 마약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지만, 역시 마약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광주출입국사무소는 허위 첩보를 통해 개시한 집단 단속을 통해 ‘130여 명’이라는 단속 성과를 기록한 셈이다. 이러한 단속 과정에서 출입국사무소가 현행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 법무부의 단속 준칙을 어긴 사실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기사에 묘사된 ‘불시’에 ‘현장을 덮치는’ 식의 단속 방식은 법무부의 현행 인권 보호 준칙에도 어긋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의 이주 현실과 현행 제도 사이의 괴리, 우리 지역이 외부로 표방하는 가치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지속적으로 좁혀 나가야 한다. 지난 5월 20일,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5월 11일 광주 광산구 외국인 주점 집단 단속에 대해 “미등록 이주민 강제연행 및 구금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네트워크는 해당 성명에서 출입국 당국이 “무분별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연행, 감금, 강제추방을 반복”하고 있으며 그 결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존엄을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에 대한 지역의 무관심 속에 발표된 단 한 건의 성명이었다. 네트워크와 같이 현행 이주 제도와 지역의 현실을 숙고하고 이주민 당사자들과 보폭을 맞춰나가는 실천이 우리 사회에 갈급한 이유다.
(참고)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준칙(법무부, 2022년 8월 1일 개정)中
제10조(외국인 등 방문조사) ① 단속반원은 법 제81조의 규정에 따라 외국인이 적법하게 체류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하여 외국인, 그 외국인을 고용한 자, 그 외국인의 소속단체 또는 그 외국인이 근무하는 업소의 대표자와 그 외국인을 숙박시킨 자를 방문하여 질문을 하거나 기타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② 단속반원이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사를 하는 때에는 단속반장이 주거권자 또는 관계자에게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 조사목적 등을 밝히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